Skip Navigation
Skip to contents

파킨슨 코리아 네트워크

사이트내 검색
무엇이 궁금하세요?

검색창 닫기

파킨슨병 에세이 공모

파킨슨씨병이래요

2019.02.07

  • 김*주

철쭉이 진달래꽃을 밀어내고 진하게 퍼지던 작년 오월, 심장박동기 삽입 수술을 받았다. 몇 개월이 지난 어느 날 왼쪽다리에 이상이 왔다. 발이 무겁게 끌리고 신발 신기가 불편하다. 왼손잡이인 나의 왼손에 힘이 빠지고 말도 어눌해졌다. 내 몸에서 무슨 일이 일고 있는 게 분명하다.

의심을 하기 시작하면 끝이 없나보다. 심장박동기 삽입 수술을 할 때 혹시 주위의 신경을 건드려 생긴 것인가, 안개 퍼지듯 불안이 인다.

용기를 내어 대학병원 신경과를 찾아 여러 종류의 검사를 받았다. 2주 후에 나온 결과는 파킨슨씨병 초기라는 진단이다. 맑은 하늘에 흰 구름이 유영하듯 흐르는데 어디서 왔을까, 회색빛 먹구름에 싸여 한바탕 소나기를 퍼붓는다. 세상이 흙빛처럼 적막하다. 사람들의 무리 속에 소나기를 맞으며 동그마니 혼자 있는 내 모습이 보인다. 전혀 예상치 못했던 엄청난 현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왜인가? 꼬리를 물고 밀려드는 의문은 너울처럼 울렁인다.

*¹ “파킨슨씨병Parkinson’s disease은 노화와 관련되어 발생하는 신경퇴행성 질환의 하나이다. 중뇌의 흑색질이라 불리는 도파민dopamine 세포가 줄어들면서 진전(떨림), 근육의 강직, 서동(행동 느림) 등의 운동 장애가 나타난다. 1812년 영국의 의사 제임스 파킨슨James Parkinson이 처음으로 보고하여 그 이름이 붙여졌다. 그러나 흑색질 신경세포의 변성이 일어나는지에 대해 보고된 것은 없으며, 완치가 어려운 질병이라고 관련 자료에 설명되어 있다.

한 차례 폭풍처럼 다가온 낯선 삶이 무겁고 착잡하다. 이제부터 파킨슨씨가 알려준 이 질병과 함께 살아가려면 끊임없이 관심을 기울이고 열심히 살펴야 한다. 매사 긍정적인 사유와 생활 태도를 유지한다면 노화의 진행속도는 늦춰질 수 있다고 의사가 격려한다.

인간이 나이가 들면 반듯하고 너그러워지는 변화를 나타내기도 한다. 앞으로 살아갈 날이 길지 않지만, 남은 인생 순리대로 바르게 살아야겠다. 배려는 이웃을 훈기로 채워준다. 좀더 배려하는 마음을 가져야겠다.

주변을 둘러본다. 태어나서부터 장애를 가진 이, 생의 중간 지점에서 장애를 갖게 된 이들의 삶은 고통일 수 있다. 그런데도 온몸으로 도전하는 많은 이들을 본다. 지금의 내 모습은 정상수치라 감사하자. 어쩌다 나를 택하여 나의 한 부분이 된 파킨슨씨병을 원망하는 어리석은 기우를 던져버리자.

 

텁지근하던 여름이 속절없이 지나고 노목老木처럼 물기 거둔 시간들도 내 삶의 새로운 출발점이 되었다.

아들 삼형제 가족들이 부모와 새해를 맞이하려 집에 모였다. 아이들이 서로를 위하고 보듬는 모습을 보면 봄날처럼 훈훈하다. 부모 앞에서 어린 자녀와 함께 작은 선물을 주고받으며 새해를 맞는 자식들이 대견하다. 언제 저렇게 성장했나, 때로 파킨슨씨병에 고통 받는 엄마를 향해 안타깝도록 애잔한 눈길을 건네는 자식들을 보면 나도 모르게 울컥 울음이 쏟아질 것 같아 얼굴을 돌린다. 격려하며 기세워주는 남편을 위해서도 자신을 가다듬어 내 생애 신나는 반전을 꿈꾼다.

한해의 시작을 알리는 이 시각, 새해는 파킨슨씨가 어떤 변화를 던질 것인가, 어떻게 준비하라 할 것인가?

옷깃 시린 찬 공기를 타고 함박함박 눈이 내리면 좋을 것 같다. 나도 힘껏 하늘로 날아올라 눈꽃이 되어본다. 서설瑞雪 새날에 파킨슨씨, 그가 생의 저편에서 향기로운 내일의 퍼즐을 맞추고 있다.

참고 환자와 보호자가 궁금해 하는 파킨슨병 101 가지 이야기참고

(2015. 4. 11. 대한파킨슨병 및 이상운동질환학회 발행)

 

(참고:2017년 한국문협 인천지회인천문단 46에 수록했던 작품을 수정 보완하였음)

Parkinson Korea Network. All rights reserved.

주소 : (04167)서울 마포구 마포대로 33(도화동,마포한화오벨리스크) 20층 2011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