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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의 나의 이름

2020.06.23

  • 박*숙

안녕하세요~

저는 파주에 살고 있는 박*숙입니다.
평범하게 살던 내게 2013년 5월15일은 잊을 수 없는 날입니다
언젠가부터 딱히 어디가 아픈 건 아닌데 기운도 없고 그러다 보니 의욕도 없고 기분도 늘
우울했습니다.
점점 왼쪽 손은 힘이 없고 걷다 보면 어느새 왼쪽 다리에 힘이 빠져서 다리를 끌고 걷게 되는데, 헬스장
런닝머신에서 걷다 보면 점점 뒤로 밀려 나중에는 바닥으로 밀려 내려오는 횟수가 많아졌습니다
나는 더 이상 안되겠다 싶어서 병원을 갔습니다.

MRI 검사결과 이상이 없다면서 이것저것 문진도 하고 진찰을 하더니 아무래도 파킨슨병 같다며
파킨슨약을 처방해 주셨습니다.
그 약을 먹고 증상이 없어지면 파킨슨이 맞다며 일주일치 약을 처방했고 난 집에 올때까지 아무 생각이
없었습니다.
그때 제 나이 53세였습니다.
초등학교6학년때 교통사고가 크게 나면서 학교 다니는 동안 체육시간을 거의 못하고 늘 조심하면서
살았는데, 37살엔 마주오는 트럭과 타고가던 택시가 사고 나면서 1년간 입원해서 재활치료를 하고
허리와 목에 핀고정수술을 했습니다.
그렇게 젊은 시절을 거의 통증에 시달리면서 살았는데 그것도 모자라서 파킨슨이라니~
내가 잘 못살았나?
전생에 죄를 많이 졌나?

오만가지 생각에 눈물도 안 났습니다.
저녁에 남편에게 얘기하니 믿을 수 없다고 다른 병원에 예약부터 하자고 했습니다.
최소한 세 군데는 가봐서 똑같이 파킨슨이라고 하면 믿을까 지금은 말도 안된다고 하면서 오진
일거라고 걱정말라고 하면서 남편은 아예 믿지도 않았습니다.
나는 걱정이 되서 인터넷을 검색하기 시작했는데 그때 까지만 해도 파킨슨에 대해 관심도 없었고
더군다나 아는 것도 아무것도 없다 보니 파킨슨병이 도대체 어떤 병 인지부터 검색을 하다가 울음을
터트렸습니다.
그때만해도 인터넷에서 파킨슨 검색하면 10년안에 합병증으로 대부분 사망한다고 써 있었으니까요.
치료약도 없고 별별 증상이 다 있는데 그러다가 합병증으로 대부분 사망한다는 글을 읽고 나니 뭐부터
해야 할지 몰라 넋이 나가서 아무 생각이 없었습니다.
더 기운 빠지는 건 처방 받아 온 약을 먹으니 왼쪽으로 힘이 없던 증상이 사라지고 떨리던 손도 증상도
없어졌습니다.
하지만 증상이 없어져도 좋아할 일이 아니었습니다.

약이 맞는다는 건 파킨슨이 맞다는 거니까요.
저는 그후 다른 병원도 가서 같은 진단을 받았고 그후부터 살림도 거의 놓다시피 하고 늘 우울
했습니다.

그러다가 우연히 알게 된 파킨슨 환우들이 모여 있는 인터넷 카페와 협회가 있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그날로 카페와 협회에 가입을 했는데 저는 사는 곳이 파주니 파주댁이라고 닉네임을 지어서 가입을
했습니다.

그날 이후부터 저는 또다른 내 이름이 되 버린 파주댁으로 불리며 파킨슨 환우분들과 매일 카페와
협회를 통해 만나고 있습니다.
우리가 점점 바깥활동이 어려워지다 보니 인터넷을 통해 만나서 위로도 받고 정보도 공유하고
그럽니다.

2016년 어느 날 방송에서 장기기증에 대해서 보게 됐는데 저도 뭔가 보람 있는 일을 하고싶어 남편을
설득해서 함께 장기기증을 하였습니다.
내가 몸은 비록 파킨슨병에 걸렸지만 쓸 수 있는 장기로 6명의 생명을 구한다면 얼마나 보람 있는
일인가 싶어 결정했는데 하고 나니 세상보는 눈이 달라졌습니다.
신기하게도 그날 이후부터 저는 우울하지 않았습니다
그냥 얼마가 될지 모르지만 사는 동안이라도 즐겁게 보람 있게 살자!
그렇게 맘먹고 나니 맘이 한결 가볍고 우는 일도 없어졌습니다.

그리고 저는 그동안 제가 뭘 잘하는지도 모르고 바쁘게 살았는데, 아프면서 내시간도 많이 갖게 되고
혼자 글도 쓰고 하다 보니 저에게 저도 모르는 재능이 있었습니다.
그 재능을 살려 지금은 협회에서 유튜브 방송을 하고 있습니다.
59년을 살면서 이런 일을 하리라고 생각도 못했는데 이제 그 일을 하면서 보람도 있고 재미도 있습니다
'파주댁'은 카페에서도 방송에서도 이름대신 더 많이 불리는 저의 또다른 저입니다.

파킨슨이 온건 안 좋은 일이지만 하나를 잃으니 다른 하나를 주셨나 봅니다.
방송일이 힘에 부치기는 하지만 환우분들이 좋게 봐주시고 하는 저도 좋아하는 일이라 지금 박명숙은
힘들지만 파주댁은 바쁘게 매일매일을 보내고 있습니다.

내게 파킨슨과 함께 온 또다른 이름 파주댁!
파주댁이름엔 파킨슨도 있고 그동안 몰랐던 나의 재능도 있고 진단을 받은 후 점점 마음을 비워가는 속
넓은 파주사는 아줌마도 있는 정이 가는 또 다른 제 이름입니다.

하지만 언젠가 치료약이 나오는 그날.
또다른 내 이름인 파주댁이 더 이상 필요가 없어지기를 간절히 바라면서 오늘도 기분 좋게 바쁜 하루를
보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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