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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킨슨병 에세이 공모

내 맘 속에 있는 또 하나의 천국

2021.04.12

  • 조*숙

혹시 여러분 중에 감옥을 방문한 경험이 있으신 가요?

아니면 감옥에 수감되었던 적은 없으신 가요?

높은 담장에 먹고 싶은 것을 마음대로 먹을 수도 없고 밖으로 나가는 것도 안으로 들어오는 것도 마음대로 할 수 없는 까다로운 규칙과 자유가 제한된 공간…!

감옥이라고 하면 어느 누구도 고개를 설레설레 저으며 가고 싶지 않은 곳이라고 할 것입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세상엔 이런 감옥보다 더 엄격하고 자유가 제한된 공간이 있다는 사실을 여러분은 혹시 알고 계시나요?

감옥에서는 자신의 형량에 따라서 죄의 경중에 따라서 죄값을 치룬 뒤 형기가 끝날 때까지 기다리다가 나오면 됩니다.

자신이 지은 죄만큼의 벌을 받으면 되는 것이고 형기를 채우고 나갈 수 있다는 희망도 있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세상에 이런 감옥보다 더 잔인한 이곳에선 말입니다.

먹을 것 하나 마음대로 먹을 수 없는 것은 고사하고 제한된 자유에 사지를 동여매고 있는 여러 개의 주사바늘과 주렁주렁 매달린 주머니들을 꿰 차고서 이곳을 벗어나야 할 날이 언제 가 될 지도 모른 채 매 끼마다 전지전능하신 의사선생님께서 처방해 주신 처방전에 따라서 가지가지 쓰디쓴 약을 억지로 삼켜야 하는 수고로움을 겪어야 한답니다.

내가 살아갈 날이 얼마나 남았는 지 이곳을 언제쯤 벗어 날 수 있는 지 당장 오늘 저녁은 굶어야 되는 지 아니면 죽이라도 얻어먹을 수 있는 것인지 심지어 배설여부마저 전능하신 의사선생님의 말씀이 있고 나서야만 되는 이 곳!

 

그러니까 내가 왼쪽 팔이 떨려 오기 시작한 것이 2003년 봄이었다.

어느 날부터 떨려 오기 시작한 나의 사지는 팔에서 다리로 다시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다리에서 머리로 그리고는 점점….

몸을 스스로 가누기도 어렵고 옷가지 하나 변변하게 갖추어 입고 벗지 못하고 입에서는 침을 흘리고 있던 나.

이곳 저 곳 병원을 찾아 이 검사 저 검사 다 해 보아도 뚜렷한 병명도 원인도 알 수 없었다.

풍을 맞은 듯하니 한의원에 가서 침을 맞아보는게 최고라는 주변 어르신들의 성화로 한의원에서 침을 맞고 뜸을 뜨고 약을 지어먹기를 3년이나 해 보았지만 뚜렷한 차도는 없고 몸은 점점 나의 맘을 따르지 않는 방향으로 향하고 있었다.

 

그러면서도 일말의 희망을 버리지 않고 찾았던 병원에서 내려준 파킨슨이라는 희귀한 병명!

파킨슨이라는 병명이 듣기엔 다소 생소하게 들리긴 하였으나 일단 어떤 질환인지 그 병명이라도 알게 되어 나는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이제는 병명을 알았으니 그 원인과 치료법을 찾는 것은 쉽겠구나 싶은 나의 마음 한 구석에서는 작은 희망이 꿈틀거리고 있었다.

 

그런데 나의 부푼 가슴은 그리 오랜 시간 쿵쾅거릴 수 없다는 사실이 다시 한번 나를 절망의 낭떠러지로 밀고 있었다.

파킨슨이라는 이 질환에 대해 지금까지의 연구 결과만으로는 그 발생 원인도 치료법도 확실 한 게 아직 없단다.

지금까지 밝혀진 바로는 환자마다 연령에 따라 그 증상과 양태가 천차만별이어서 그에 따른 치료법도 치료약도 개인마다 다 상이하여 꼭 집어 이렇습니다라고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게 무슨 말인지?

그렇다면 선생님!

선생님이 하라 시는 대로 잘 따를 테니 제가 이 파킨슨이라는 병마와 싸워서 이길 수 있는 방법을 알려 주세요.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어떤 것이 있을까요?

정확한 치료법이 없다는 뜻은 이 방법 저 방법 모든 방법을 다 동원해 볼 수 있다는 거 아닌가요?

제가 그렇게 해 보겠습니다.

가장 쉽고 간단한 방법부터 알려주세요. 선생님!”

 

그날 저녁부터 나는 잠자기전 30분 스트레칭.

다음날부터 430분이면 기상하여 매일 2시간 동안 맨손체조 및 스트레칭 그리고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하루 종일 걸었다.

안양천과 도림천을 따라 신도림역에서 한강변 까지를 어떤 날은 왕복 한 번을 오갈때도 있었고 어떤 날은 왕복 두 번을 오갈 때도 있었다.

하루 종일 걷고 움직이니 우울증과 불면증으로 처방해주던 신경안정제나 수면제 같은 것은 필요가 없어졌다.

그리고 근육무력증상 때문에 몇 날 며칠을 고생하던 변비마저 사라져 변비약도 중단하였다.

처음 몇 년 동안에는 그저 나의 운명을 탓하며 천정만 바라만본 채 내 삶에 대한 억울함과 분노로 세월을 좀 먹고 있었다.

그러기에 병원에 갈 때마다 내가 먹어야 할 약의 갯수는 늘어만 갔었고 복용시간 역시 짧아져만 갔었다.

 

그러던 것이

내가 그(파킨슨)를 받아들이고 난 뒤부터.

어차피 못 고칠 병이라면 내가 껴안고 함께 가야지.

대신에 내자리를 너(파킨슨)에게 내어 준다 거나 지면서 살아 가지는 않을 것이다.

이렇게 마음을 먹고 난 뒤부터 고목에 새싹이 돋아나듯 나의 굳은 얼굴과 팔과 다리엔 생기가 돌기 시작했으며 부자연스럽기만 하던 온 몸에는 물이 오르고 있음을 스스로 느낄 수 있었다.

사람들은 나를 볼 때 마다 정말 대단하다. 기적 같은 사람이다.”라고 입을 모아 이야기하곤 한다.

그래~! 그럴지도 모르지. 내가 기적을 만들어 냈는지도.

하지만 그건 내가 살아 남기위한 나의 처절한 몸부림이었을 뿐이야!”

너 참 잘 하고 있는 거 알지? 앞으로도 힘 내~ . 용기 잃지 말고!!!”라며 나 스스로 나의 두 어깨를 토닥여 본다.

 

그러기를 그(파킨슨)와 함께 동고동락해 온 지 18년 되던 해.

염려했던 대로 근 골격계 질환의 적 골절을 입고 말았다.

새벽 3

“Natural calls me!~~~

침대에서 방바닥으로 살 짝 굴렀을 뿐인데 고관절이 나갔다고 한다.

정형외과 의사 말로는 이 정도 골절이면 악소릴 내면서 꼼짝 못 하고 있었야 정상인데 어떻게 제 발로 걸어서 병원에 올 수 있었느냐며 적잖게 놀라는 것이었다.

나도 사람인데 뼈가 부러졌는데 어찌 아프지 않았겠는가?

솔직히 바닥에 턱하고 주저 앉아 버릴 만큼 힘도 없었고 움직이기 힘들 정도로 많이 아팠었다.

하지만 언제부터 인가부터 나에겐 마인드 컨트롤 능력이 생긴 것 같다.

어디가 많이 아프거나 하면 나는 내 마음을 아픈 곳으로부터 관심을 다른 곳으로 가게 해 주려 노래를 부르거나 춤을 추거나 하는 것이다.

이 방법은 내가 머리가 아프거나 복잡할 때도 써먹는 방법 중에 하나이다.

 나는 이 때 크게 심호흡을 하면서 머리에 있는 복잡한 생각을 발 아래 저 밑으로 끌어내려 버리곤 한다.

이런 이야기를 하면 어떻게 들릴 지 모르겠지만 어찌되었건 나는 십여년 이상 심호흡과 명상을 통해 나의 몸과 마음을 조금은 컨트롤 할 수 있다고 믿고 있다.

 

누구든지 가장 간단하게 한 번 해 보기를 권한다.

특히 머리가 아프거나 복잡하거나 불안 증세가 있을 때 크게 코로 들이마시고 잠시 멈추었다가 입으로 천천히 내쉬고.

 

사람은 어떤 마음가짐으로 인생을 대하고 사느냐에 따라 그 사람의 삶이 지옥이 될 수도 있고 천국으로도 만들 수 있는 능력이 있다.

지금 내가 살고 있는 내가 딛고 있는 발 밑의 현실이 지금 이 순간이 내 인생의 최고의 순간이라고 믿으면 그 곳이 곧 천국이 되는 것이다.

천국도 지옥도 모두 우리의 마음속에서 만들어 내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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